기존에 사용하던 삼성 노트북의 성능이 점차 느려짐과 동시에 코딩으로 인해 키스킨의 Ctrl 부분은 구멍이 생겨났고 스페이스바 부분은 하도 눌러대니 키스킨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11일, 인텔 12세대 LG 그램을 구매했고 20일이 지난 후인 오늘, 4월 30일이 되어서야 받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노트북(NT900X3L-K38WS)은 13.3인치이긴 하나 860g으로 상당히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노트북이었기에 대학 생활 내내 상당히 만족스럽게 사용해왔고, 과제를 하거나 하는 데에도 전혀 불편함이 없었을 뿐더러 코딩을 시작한 후에도 큰 부담감 없이(렉은 있었지만) 잘 버텨와주었다.
하지만 어느 샌가 버거워하는 게 느껴졌고, 노트북을 바꿔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갤럭시북 2 프로를 알아보고 있던 중 LG 그램 역시 신작을 출시한다는 이야길 듣고 곧바로 사전예약을 했다. 다만 중국발 상하이 봉쇄 이슈로 인해 LG 그램은 제품 수급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그로 인해 판매처의 Q&A 게시판은 노트북을 샀고 카드값도 나갔지만 제품은 받지 못한 자들의 아우성이 자리잡았다.
물론 나도 LG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 정말 화났다. 작년 11월부터 아수스를 사려고 기다리다가 인텔 12세대가 곧 출시된단 소식을 듣고 기다렸고, 그렇게 고른 갤럭시북 2 프로 마저도 가독성 이슈가 있다는 말에 3월 초에 샀을 노트북을 4월 말이나 되어서야 받았다. 노트북 사는 데에만 반년을 쓰는 사람이 어딨나 싶더라.
업그레이드를 해보자.
사실 데스크탑 뿐만 아니라, 노트북 시장의 경우에는 여러 부품들을 직접 사서 끼우면 저렴하나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면 예상치 못한 큰 비용이 발생하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난다. 또한 업그레이드에 많은 제약이 있는 LG 그램 역시 단순히 SSD만 교체 및 추가할 수 있음에도, 대략 공임비라는 명목 하에 5만원에 달하는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내 돈은 돈도 아닌가? 내가 하고 말지.)
평소 데스크탑은 아예 직접 부품들을 사고 모아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정도의 능력은 있었기에 큰 부담 없이 교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노트북이 도착하는 날에 맞춰 SSD도 도착하도록 쿠팡을 통해 SK하이닉스 P31 1TB 를 주문해두었다. 다행히도 날짜에 맞춰 잘 도착했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노트북의 하판은 생각보다 견고하고 단단하게 체결되어 있더라.
하판부터 뜯어내자..
인텔 12세대가 탑재된 LG 그램 노트북은 총 7개의 나사와, 3개의 플라스틱 갈고리로 강하게 맞물려있어 열기가 힘들었다. 특히 나사는 둘째치고, 갈고리가 사람 하나 미치게 하는 건 예사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 17인지 모델은 나사가 9개라고 합니다. 플라스틱 갈고리의 위치는 동일합니다.
아래의 사진 중 좌측 사진에서 빨간색 동그라미 7개는 나사의 위치를 나타내며 3개의 연보라색 네모칸은 플라스틱 갈고리의 위치를 나타낸다. 우측 사진의 네모들이 갈고리의 모습을 나타낸다. ※ 좌측 사진 중 중앙의 나사는 하판에 위치한 두 개의 고무 패킹 사이에 있는 하얀 스티커를 떼야 발견할 수 있다.(빛을 비추어보면 스티커 안쪽이 검정색으로 구멍이 나 있는 걸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플라스틱 헤라가 없는 분이라면, 그냥 공임비를 내더라도 전문가에게 맡기길 바란다. 본인의 경우 예전에 아이폰 자가수리 키트를 사면서 받은 소형 드라이버와 플라스틱 헤라가 있어 그걸 사용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뜯는 과정에서 하판이 찌그러지는 바람에 모양이 울고, 뜯어낸다고 기스나고 난리도 아니었다. (우리 아부지도 조립 후를 보시고는 "조금 전만 해도 새 거였는데, 그새 헌 게 됐네."라고 하시던데.. 그 말을 듣고 왠지 마음 한 구석이 답답하고 아팠다.)
※ 헤라가 필요하다면 인터넷에 핸드폰 자가수리 키트를 검색하자. 플라스틱 헤라를 검색하면 온통 집안 도배할 때 쓰는 헤라밖에 나오지 않는다.
SSD를 장착하는 건 쉽다.
m.2 nvme는 장착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ssd를 고정시켜줄 나사 하나가 필요한데, LG그램의 경우에는 미장착된 SSD 슬롯에도 나사가 장착된 채로 출고되다 보니 나사를 별도로 구비할 필요가 없었다. ※ 통상적으로, nvme 제품 내에는 고정 나사가 동봉되지 않는다. 그래서 산다면 나사를 같이 사야 한다.
나사를 풀고, ssd를 끼우고, 나사를 다시 조이면 된다. 너무 쉬워서 할 말도 없다. 정 구체적으로 알고 싶다면 유투브에 nvme 설치를 검색해보도록 하자. 정말 많은 분들이 자세히 설명해주고 계시다.
잘 돌아가냐?
굿. 만족스럽다.
잘 돌아가는 걸 확인하고 나서는 너무 힘들어서 따로 사진을 촬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하판 뜯는 데에만 3시간이 걸렸고, ssd 설치에 1분, 하판 재조립에 3분이 걸렸기 때문이다. 마치 주식같았다. 무지하게 긴 시간의 기다림을 거친 후에야 겨우 얻는 보상. 그리고 별 것 아니었던 보상에 대한 허무함. (사는 게 다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