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 색소침착 치료기
2015년 혹은 2016년 즈음부터 입술에 생긴 여러 개의 검정색 원과 같은 색소 침착 현상이 발생했다.
과거에는 단순하게 입술 색이 보랏빛(마치 추워서 보이는 색처럼)이 돌았고 검정색 원은 잘 보이지 않았다. 조금 희미했던 정도.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검정색 원 형태의 점은 점차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고, 그 크기도 점점 커져갔으며 색깔도 역시 점점 더 어두워져 갔다. 특징이라고 한다면 입술을 앙 다물때 자연스럽게 윗니와 아랫니에 의해 눌리게 되는데, 그 때 이가 닿는 부위를 중심으로 색소침착이 일어난 것 같다. 즉, 좌우과 완벽하게 대칭인 형태로 나타난 색소침착이다.
치료해야지 치료해야지 생각하면서도 병원 방문을 계속해서 미뤘던 건 아프다거나 하는 게 전혀 없었기 때문. 게다가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근 2년간 마스크를 착용하면서 하관부가 완전히 가려지다 보니 미용 목적으로라도 병원을 갈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애당초 아프질 않았으니 치료 목적보단 미용 목적이었다.)
2021.08.20
아직 취준생의 신분이라 8월 14일에 면접을 한 번 봤었다. 그 후에 본인은 단순한 색소침착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미용 목적(?)으로 피부과를 여러 군데 다녀왔으나 잘 모르겠다며 대학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진료의뢰서(흔히들 소견서라고 함)를 주었다. 암만 봐도 그냥 단순한 색소침착같고 그냥 치료하면 될 것 같은데, 혹시 모를 일이 발생할 수 있으니 검사해보라는 것 같고 귀찮지만 그냥 알겠다고 하고 다녀오려고 생각했다.
2021.08.23.
진료 의뢰서를 들고 대학병원에 방문. 가서 돋보기같은 것으로 이리보고 저리보고 하시더니 조직검사와 유전자검사를 말씀해주셨다. 조직 검사는 해당 현상이 발생한 원인을 확인하기 위함이고 유전자검사는 가족력을 확인하기 위함이라 한다.
본인이 잘못 알아들은 걸 수도 있겠지만 조직 검사를 하더라도 명확한 원인을 발견하긴 어렵고 그렇다고 유전자 검사를 하더라도 단순한 가족력만 확인하는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진료실을 나오면서 이 생각이 들었다. "그럼 검사를 왜 하는 거야? 검사를 해도 원인을 모르면 치료 방법도 모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래도 조직 검사를 해보는 게 맞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바로 조직검사를 하려 했으나 8월 30일에도 면접이 잡혀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곤 조직검사 일정을 미루기로 했다. 조직검사 이후 낫기 까지는 통상적으로 일주일 정도가 걸린다고 하는데, 본인은 매사에 느긋한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몸의 회복 속도도 상당히 더딘 편이기 때문에 더 오랜 기간 회복하게 될 수도 있는 점을 고려해 면접을 본 이후로 예약을 잡았다.
2021.09.02
병원에 가서 조직검사를 했다. 입술의 경우 간단한 국소 마취를 한 이후에 아주 작은 부분을 잘라내게 된다. (본인의 경우 3mm라고는 했는데, 정확히 3mm만 잘라냈는지는 잘 모르겠음) 고통에 대해 걱정하는 분들에게 한 말씀드리자면, 마취할 때만 아주 조금 따가운 정도고 그 이후에는 아프지 않다. 심지어 마취가 풀린 이후에도 아프지 않다.
마취할 때는 그냥 눈을 뜨고 있지만, 입술 국소 마취를 한 이후에는 가벼운 천으로 눈을 가려주고 입에는 두꺼운 거즈를 물려준다. 그 거즈를 윗니와 아랫니로 꽉 물고 있으면 알아서 다 해주신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물이 닿지 않아야 한다는 점 때문에 식사를 맘편히 못한다는 것 정도다. 본인 역시 다른 후기를 보고 나서 병원에 갔었는데, 그분의 경우에는 식사보다도 물을 마시는 게 다소 불편했다고 하셨는데 아마 그분은 얇은 방수테이프만 붙여주셨기 때문인 것 같다. 본인의 경우에는 피가 상대적으로 많이 났는지 거즈를 덧대고 그 위에 테이프를 세 번이나 덧붙여 놓아서 입을 벌려도 거즈 때문에 입구멍이 좁아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편의점 호박죽을 최대한 묽게 만들어서 빨대로 쪽쪽 빨아먹었음)
조직검사 결과는 2주일 정도 후에 나오니 그때 다시 찾아오라고 한다. 또한 조직 검사 이후 꿰메는 실은 녹는 실을 사용했다고 하며 3일 내로 없어질 테지만 만약에 안 없어졌다면 2주 후에 방문하면 그때 뽑아주신다고 했다.
2021.09.03
조직검사를 한 시점으로부터 하루가 지난 후에는 병원에서 붙여준 거즈와 테이프를 떼고, 후시딘이나 마데카솔과 같은 약을 바른 후에 데일 밴드같은 것들을 붙여주라고 이야기해주셨다. 하루가 지난 후부터는 물이 닿아도 된다고 하긴 했으나 본인의 신체는 항상 외부 세균의 침입에 다소 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밥도 조심히 먹고 데일 밴드가 아닌 '방수' 데일 밴드를 붙여주었다.
그리고 조직검사 이후 거즈를 대주었는데, 집으로 오는 동안에도 피가 났었는지 오늘 아침에 거즈를 떼려고 보니 입술에 묶어둔 실밥이 피가 마르면서 굳었고 그대로 거즈에 붙어버렸다. 입술을 꼭 잡고 거즈를 떼니 다행히도 별 탈 없이 잘 떼졌고, 다소 굳은 실은 아직 끊어지거나 하지 않고 잘 붙어있다. 그리고 조직검사 하루 후, 밥을 먹긴 하지만 혹시나 꿰맨 곳이 다시 벌어지진 않을까 싶은 생각에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겠어서 맘편히 먹지는 못하고 있고 물도 그냥 빨대로 마시고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자세하게 읽지 않은 불찰로 인한 문제가 있다. 안내문에 따르면 24시간 동안은 물이 닿지 않도록 하고 그 이후부터는 세수나 샤워를 한 후에 후시딘 등과 같은 연고를 바른 후 밴드를 붙여주라고 했는데, 세수를 하고 나서 바르라는 말을 보지 못해서 입술 부분엔 물이 닿지 않도록 입술을 제외한 부분만 열심히 닦고 나서 약을 또 바르고 밴드를 붙여주었다. 만약 나중에 이 글을 보는 분이 계신다면 물은 24시간만 안 닿으면 되니, 차라리 잘 닦아주고 나서 약을 다시 발라주면 될 것 같다.
2021.09.16
조직검사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다. 녹는 실을 사용해서 꿰멨다고 했는데 정작 녹지 않고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결과를 듣고 실밥을 제거했다.
결과를 보기 전에 두근거리는 건 속으로 "별 문제 없을 걸?"하는 생각으로 병원에 방문해서 검사를 했더라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걱정인 것 같다. "혹시 무슨 일 있지는 않겠지?". 역시나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의사분 말씀을 들어보니 별달리 걱정해야 할 요소는 전혀 없으며, 단순 색소침착인 것 같다는 의견을 들었다. 색소침착의 치료 방법은 레이저 치료이고 본인의 경우 예상보다 범위가 넓어 비용이 많이 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레이저 치료를 위해 마취크림을 듬뿍 바르고 입술에 랩을 씌운 후 30분 동안 앉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입을 벌리고 싶을 때 벌릴 수 없다는 게 그렇게 고된 일인지 몰랐다.) 그 후에 레이저 치료를 하기 위해 치료실로 들어갔고, 치료실에서는 마취크림을 닦은 후에 곧바로 레이저 치료를 시작했다.
눈에는 무언가 젖은 것 같은 거즈를 덮어주고 눈을 뜨지 말라고 했고, 입술에 직접 레이저를 지지면서 치료를 시작했다. 웬걸 마취를 한 게 맞는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드럽게 아팠다. 레이저 치료 중 아프면 말하라는데, 치료 부위가 입술이다보니 입술을 움직이면 잘못될 것 같아 손을 번쩍번쩍 들어서 "나 아파요."라는 걸 표현했다. 당일 치료 시간(5분 정도?) 중 다섯 번 정도는 너무 아파서 잠깐만 쉬었다가 하자고 말씀드렸다.
치료 중에는 내 입술이 레이저를 그대로 온전하게 느끼고 있다는 걸 알았고, 흔히 잠이 안 올 때 하는 '소 세기'를 시작했다. 소 한 마리, 소 두 마리, 소 세 마리.... 그렇게 소룰 28마리까지 세었을 때 왠지 모르게 너무 아픈 한 방이 들어왔고 그렇게 나는 28마리의 소를 잃어버렸다. 정신을 다시 차리고 소를 세려고 보니 몇 마리까지 셌는지 까먹었다.
치료가 끝난 후에 치료해주는 분께서는 생각보다 깊은 곳까지 색소 침착이 이루어진 것 같아 여러 번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나는 드럽게 아픈 걸 다음에 또 내 발로 찾아와서 직접 후드려 맞아야 된다는 사실을 깨닫곤 마음이 아팠다. 다음 예약일은 10월 14일이었는데, 이 날 진료를 보고 나서 그 다음주 화요일에 레이저 치료를 하자고 하셨다. (의외로 레이저 치료의 텀이 길어서 조금 놀랐다. 거의 한달 주기로 하는 것 같음)
2021.10.14
두 번째 방문에 두 번째 레이저치료를 했다. 첫 번째 레이저 치료 때 진짜 속된 말로 뒤지게 아파서 오늘 가기까지 맘을 좀 독하게 먹기도 했고 막상 가서는 한 번 해봤던 거니만큼 별다른 걱정을 안하고 있어서 인지 좀 덜 아팠다. (물론 입술에 마취크림은 바른다.)
첫 번째 레이저 치료 이후에 입술의 색소침착이 많이 괜찮아진 것처럼 보이긴 했는데, 막상 오늘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께서 보더니 두번은 더 해야되겠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내가 보기에도 1차 때보다는 많이 괜찮아졌고 입술색도 많이 돌아온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는 담배를 끊어야 된다는 이야기를 하셨고 줄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첫 번째 레이저 치료 때에는 18만원을 결제했는데, 두 번째 레이저 치료 때는 14만원만 결제했다. 물론 진료비 2만원은 별도였다. 다음엔 얼마가 나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번 치료 이후에 다 나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2021.11.11
세 번째 레이저 치료가 예약되어 있어서 병원에 방문했다. 진료를 보려고 들어가서 담당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내 입술을 살펴보더니 갑자기 담배는 끊었냐고 하셨다. 끊지는 못했고 줄이고는 있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갑자기 정색을 하면서 '담배 때문에 생긴 건데 담배를 안 끊고 치료만 하면 결국에는 또 생긴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몇년을 태워온 담배를 한달 만에 끊을 수가 있는 건가 싶은 생각과 함께 기분이 팍 상했다.
그보다도 첫 방문 당시 딱 보고서는 질병명을 알 수가 없다면서 조직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자고 했고 각각 어떤 목적으로 실시하는 검사인지 그리고 그 검사를 하면 원인을 확인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었다. 하지만 두 검사 모두 단순히 병이 있는지 없는지만 확인할 수 있는 정도이고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즉, 원인을 파악할 수 있는 검사를 실시하지 않았으니 병원 측에서도 '마땅한 병은 없으니 단순한 색소침착일 것이고, 그러니 레이저 치료를 하면 된다.'는 방식의 논리 구조였을 뿐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색소침착이므로 어떤 프로세스를 갖춘 치료 방법을 적용해야겠다.'는 논리 구조가 아니다. 다시 말해, 전자와 같은 논리로 치료를 시작해놓고는 이제와서 후자와 같은 논리로 치료를 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게 너무 어이없었다.
그렇다고 담배를 끊으면 이게 알아서 나을 일인가? 그것도 아니다. 이미 발병한 색소침착은 치료를 완료를 한 다음에 담배를 차차 줄이며 끊어가든 말든 할 일인데, 치료해봤자 어차피 또 생기니 치료를 그만두겠다는 건 머리는 어차피 자랄테니 자르지 않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뭐가 있나. 연세대 대학병원 피부과 담당의에게 이런 소리를 들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동네 피부과에 방문해서 조직검사를 실시했고 대학병원에서 단순한 색소침착이라는 결과를 확인했으니 그와 관련된 치료를 진행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고 치료를 진행해야겠다. 대학병원에서는 1회에 15만원 정도를 받는데, 오늘 집에 와서 검색해보니 동네 피부과에서는 3회에 20만원 정도로 치료해주는 것 같다. 대학병원에서는 검사만 받고 진작 동네 피부과로 직행할 걸 하는 후회
끝.
이제 색소침착 치료를 시작해볼까 생각하는 분들에게.
사실 본인도 검색하기 전에는 잘 몰랐지만, 색소침착은 의외로 다양한 부위에 발생한다. 따라서 모든 색소침착에 대한 조직 검사 시에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입술과 동일하다는 이야기를 할 순 없지만, 적어도 입술만큼은 조직검사시에 마취를 하고 진행하기 때문에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냥 따끔한 정도.그리고 모든 검사들이 그렇지만, 검사를 하고 정작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면 또 편하다. 어차피 문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 검사를 굳이 해야할까 싶은 생각 떄문에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과 돈이 아까운 건 맞지만, 검사 결과만큼 내 몸 상태를 확실하게 파악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치료야 본인의 선택이고 검사 역시 본인의 선택이지만, 나라면 일단 검사부터 해보고 나서 치료를 포기하든 하든 뭘하든 결정할 것 같다. 전혀 아프지 않고 담당의와 이야기를 하고 곧바로 조직검사실로 가서 마취를 하고 해당 부분을 잘라내고 봉합해주면 끝이다. 그러고 2주 정도 후에 병원에 방문하면 결과를 알려준다. 생각보다 간단한 프로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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