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 개인이 잃는 이유에 대해 개인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답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세력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는 답을 제시했다. 그 부가적인 요소 중 하나로 세력이 물량을 어떻게 모아가는지를 파악하는 방법 중 하나로 박스권에 대해 대략적으로 살펴보았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박스권이 지니는 근본적인 의미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지난 번에, 박스권의 흐름과 거래량을 함께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 거래량의 차이에 따라 그 박스권이 지니는 의미가 달라지게 된다.
캔들의 모습은 똑같으나, 거래량의 흐름에 있어서 상이한 두 차트를 가져왔다.
이 안에 담겨져 있는 심리를 파악해보도록 하자. 다시 말해, 전자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명확하게 죽지 않았기 때문에 심리가 해소되지 않았고, 후자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확실히 죽었기 때문에 심리가 해소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데 여기서 이야기하는 심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 심리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거래량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거래량이란 특정 가격대에서 거래된 주식의 수량을 의미하는데, 여기서 실제로 체결된 것만을 포함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예를 들어 현재 가격이 2,500원인 주식을 2,000원에 매수 주문을 넣은 경우에는 거래량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로지 2,500원이라는 가격에서 매수 또는 매도가 이루어져야만 그것이 거래량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차트를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즉, 차트란 한 기업의 주가가 수직적으로 움직인 이력을 일 또는 분을 기준으로 분류하여 나열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차트를 볼 때 분봉 뿐만 아니라 일봉과 주봉을 함께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거래량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이에 대해 크게 여덟 가지 경우로 분류하여 이해해보도록 하자.
이는 주가의 등락 폭이 비교적 높은 경우에 형성되는 양봉과 음봉을 기준으로 각각 거래량이 붙어 있는 것과 붙어 있지 않은 것으로 분류한 네 가지 유형이다. 위의 네 가지 유형을 대상으로 각 차트의 의미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①번 유형의 경우, 거래량이 상당 부분 발생했기 때문에 주가의 상승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즉, 개인이 되었든 세력이 되었든 간에 매수세가 많이 유입되었고 그 매수세가 주가의 상승으로 잘 연결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②번 유형의 경우 거래량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주가는 상승했다. 이는, 매수세가 유입되지 않았음에도 그 매수세에 비례하지 않는 상승률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오버 슈팅(Over-Shooting)이 발생했으며, 상승의 신뢰도가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③번과 ④번 유형 모두 동일하게, 거래량이 하나의 신뢰도의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살펴보면 ③번 유형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또한 ④번 유형의 경우에는 ②번 유형과 같이 거래량에 비해 과하게 하락한 언더 슈팅(Under-Shooting)이 발생한 것이다.
⑤번부터 ⑧번 유형의 경우에는 위의 네 가지 유형보다는 주가의 등락률이 낮은 유형이다. 먼저 ⑤번 유형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발생하면서 주가가 상승했지만 등락 폭이 상당히 낮았고 ⑥번 유형의 경우 상당히 적은 거래량이 발생했지만 주가는 상승한 경우이다. ⑦번과 ⑧번 역시 반대로 이해하면 된다.
여기서 ④번 유형과 ⑧번 유형을 비교해보도록 하자. 전자는 극히 적은 거래량이 발생했지만 주가는 하락했고, 후자 역시 상당히 적은 거래량이 발생했지만 주가는 하락했다. 차이점은 오로지 어느 정도의 하락률을 보였는지이다. 여기서 똑같이 적은 거래량이 발생했지만 하락하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은 해당 주가가 하락하게 되면 진입하고자 하는 대기 매수세의 유무에 달려있다.
즉 똑같은 거래량이 발생했으나 적게 밀렸을 경우에는 대기 매수자가 어느 정도 개입되어 있었기 때문에 매도 계획을 갖고 있던 보유자의 심리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해가 잘 안 된다면 상상해보면 된다. 만약 여러분이 해당 종목에 대한 매력을 잃고 매도하려고 하는데, 어디선가 매수세가 유입된다. 매도할 마음이 조금은 사그라들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④번 유형이 ⑧번 유형에 비해 대기 매수세가 약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이는 곧, 주가가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하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③번 유형과 ④번 유형을 비교해보자. 전자의 경우에는 거래량이 상당히 붙은 채로 하락했으며 후자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자의 경우에는 후자에 비해 많은 대기 매수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매도 심리가 훨씬 더 강했고, 그 결과 주가의 하락을 가져왔다.
여기까지 단순히 대기 매수세의 정도로만 비교해본다면, '③번 유형 > ⑧번 유형 > ④번 유형'의 순서를 갖게 된다.
여기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위의 모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는 거래량이 위에서 다룬 여덟 가지 유형 중 어느 유형보다도 적게 발생했고 주가의 등락 폭 역시 가장 좁은 모습이다. 이는 어떠한 의미가 담겨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가? 거래가 없으며, 주가의 변동성도 적다. 즉, 매도세와 매수세가 일시적으로 진정된 상황이자 눈치 싸움 구간인 것이다. 이러한 모습이 등장한 후 매수세든 매도세든 하나의 현상이 나타나게 되면 주가는 그 방향으로 힘을 갖고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앞에서 다룬 박스권의 모습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 차트는 임의로 작성한 것이니, 너무 집중해서 외우려 하진 마세요.) 왼쪽과 오른쪽, 각각의 차트 안에 녹아들어 있는 심리가 어느 정도 보일 것이다. 전자의 경우 매수세와 매도세의 격렬한 공방전이 일어나고 있는 구간이기 때문에 상승하다가도 하락할 가능성이 높으며 하락하다가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주가가 하락할 때에 거래량이 확실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매도 심리가 해소되었다.', '매도할 사람이 없다.', '매도할 사람은 전부 매도했다.' 여기서, 더 이상 매도할 사람이 없다고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도 심리가 해소되었다는 것은, 단지 주가의 추가적인 하락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졌다는 것만을 의미한다.
자, 그렇다면 박스권 내(또는 박스권의 하단)에서 거래량은 죽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거래량이 붙어 있는 것이 좋을까? 앞서 박스권은 세력이 물량을 크게 모을 수 있는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 구간에서 최대한 매수한 후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는가? 아니면 다 매수하지도 않은 채로 엉성하게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는가? 당연히 전자일 것이다. 그렇다면 세력이 물량을 최대한으로 매수했다는 것은 곧, 해당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 중 더 이상 매도하고자 하는 사람이 없을 때에 모든 물량을 매수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렇다면 거래량이 죽은 모습이 포함되어 있는 박스권은 세력이 대부분의 물량을 매수한 구간이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거래량이 붙어 있는 모습이 포함되어 있는 박스권은 세력이 매도하고 있는 구간인지, 아니면 물량을 아직 더 빼앗아야 하는 구간인지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모습에서 더 빼앗아야 하는 구간이었다면 다행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매도하고 있는 구간일 가능성이 높으며 매도하고 있는 구간일 경우 박스권을 그린 후 주가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이해했으리라 믿는다. 거래량의 감소와 박스권의 의미가 무엇인지.
제목을 개인이 왜 항상 잃는지에 대해 서술할 것처럼 이야기해놓고 너무 박스권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스권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작성하는 이유는 이 모든 내용은 개인이 잃는 이유라는 한 가지 맥락 위에 놓여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