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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POA: 이란 핵합의 체결부터 파기까지, 트럼프가 만든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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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국과 이란은 또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 MOU 초안이 마련됐다는 보도가 나온 지도 수 일이 지났는데, 트럼프는 서명을 미루고 있고, 이란은 돈을 먼저 달라고 버티고 있다. 이란이 왜 저렇게 "선(先)제재 해제, 후(後)핵 양보"를 고집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건 단순한 협상 전술이 아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의 경험이 만들어낸, 뼈에 새겨진 트라우마다. 이 글은 그 역사를 되짚는다.

 

 

이란 핵 보유의 역설: 이란의 핵은 애당초 미국이 심어줬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이란의 원자력 프로그램은 미국이 씨앗을 심었다.

1957년, 아이젠하워 행정부의 '평화를 위한 원자력(Atoms for Peace)' 구상 아래 미국은 이란과 원자력 협정을 체결한다. 당시 이란은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가 통치하고 있었고, 미국의 핵심 중동 동맹이었다. 1967년에는 미국이 제공한 실험용 원자로가 테헤란 원자력연구센터에서 가동에 들어간다. (출처: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KINAC)

이란은 이듬해인 1968년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하며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진 건 1979년이다.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호메이니 체제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이란은 하루아침에 적으로 돌아섰다. 1979년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가 터지며 외교 관계가 완전히 단절됐다. 미국이 건네줬던 원자력 협력도 모두 끊겼다.

그런데 이란이 핵 개발에 본격적으로 박차를 가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따로 있다.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이다.

이 전쟁에서 미국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를 지원했다. 물자와 정보를 제공했고, 이라크의 화학무기 사용을 묵인했다. 이란은 화학무기 공격에 수만 명의 전사자를 냈다. 이 경험이 이란 지도부에 각인한 결론은 하나다.

"핵무기가 없으면 미국에 짓밟힌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핵 개발이 중단됐다가 이란-이라크 전쟁 기간인 1980년대 중반에 본격적으로 재개됐다.

INSIGHT, 지금 이란의 "선 제재 해제" 요구는 탐욕이 아니라 합리적 불신이다.
JCPOA 이행 8년 치의 역사를 알고 나면, 이란이 왜 돈을 먼저 받으려 하는지 이해된다. 이란은 JCPOA에서 의무를 이행했고, IAEA의 검증도 받았고, 그것이 아무 의미 없었다는 걸 경험했다. 합의가 다음 대통령에 의해 쉽게 파기된다면, '이행 후 보상'보다 '보상 후 이행'이 이란 입장에서는 합리적이다. 이것이 이번 협상이 느린 근본적인 원인이다.

 

 

JCPOA 탄생 배경: 오바마와 로하니가 만든 20개월의 기적

수십 년이 흐른 뒤, 핵 개발을 둘러싼 이란과 국제사회의 갈등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2002년 이란 내 반정부단체가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나탄즈)의 존재를 폭로하면서 국제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IAEA는 이란의 10여 년간 미신고를 안전조치협정 위반으로 공식 보고했고, 2006년부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본격화됐다. 이후 제재는 점점 강화돼 이란 경제를 서서히 옭아맸다.

상황이 바뀐 건 2013년이다. 미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해 있었고, 이란에서는 중도 실용주의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이 당선됐다. 두 지도자가 동시에 등장하면서 협상의 창이 열렸다. 2013년 9월, 로하니와 오바마는 유엔총회장에서 전화 통화를 나눴다. 미국과 이란 정상이 직접 대화한 건 1979년 이후 34년 만이었다.

이후 P5+1(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과 이란이 20개월간의 고된 협상 끝에,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이것이 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이다.

 

 

JCPOA 핵심 내용: 수치로 보는 '이란은 얼마나 양보했나 ?'

JCPOA의 핵심은 이란의 핵능력을 제한하는 대신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구조다.

항목 JCPOA 이전 JCPOA 이후
우라늄 비축량 자유 98% 감축 (300kg 이하)
농축 농도 20%까지 3.67% 이하
가동 원심분리기 제한 없음 IR-1 구형 5,060기만 허용
아라크 중수로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 가능 설계 변경으로 무력화
IAEA 사찰 제한적 전면 허용 + 특별사찰 수용

이란이 양보한 수치를 보면, JCPOA는 이란의 핵능력을 사실상 1년짜리 "핵 돌파 시간(breakout time)"으로 묶어두는 구조였다. JCPOA 이전에 이란의 핵 돌파 시간은 2~3개월에 불과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협정 후 이것을 1년으로 늘린 것이다.

 

 

이란이 JCPOA에 사인한 진짜 이유

여기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핵무기를 갖겠다"는 목적이 아니었다. 정확하게는, 핵을 보유할 수 있는 능력 자체가 이란의 최대 협상 카드였다.

10년 이상 이어진 제재로 이란 경제는 무너지고 있었다. 원유 수출이 막히고, 국제 금융망에서 배제되고, 국민들의 생활 수준은 급격히 하락했다. 이란이 JCPOA에 서명한 건, 핵을 포기해서가 아니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핵카드를 일시적으로 내려놓은 것이다.

로하니 정부의 계산은 이랬다.

우리가 먼저 핵 능력을 제한한다 → 미국이 제재를 해제한다 → 이란 경제가 회복된다 → 이란이 국제 무대에 정상 국가로 복귀한다.

그리고 JCPOA 체결 직후, 이란과 서방의 무역이 급격히 늘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재개됐고, 외국 기업들이 이란 시장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경제 회생의 실마리가 보였다.

이란은 약속을 지켰다. IAEA도 이란이 JCPOA를 준수하고 있다고 인증했다.

 

 

2018년 트럼프의 탈퇴 — "역사상 최악의 협상"

그런데 2017년 미국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섰다. 트럼프는 JCPOA를 역사상 최악의 협상 중 하나라고 불렀다(백악관 원탁회의, 2026년 5월). 그리고 2018년 5월 8일,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했다.

트럼프의 공식 비판 근거는 세 가지였다.

  1. 일몰 조항(Sunset Clause) JCPOA의 핵 제한 조항들은 2025~2030년에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트럼프의 논리: "15년 후엔 이란이 다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시간을 버는 것뿐이다."
  2.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미포함 JCPOA는 이란의 핵만 제한했을 뿐, 핵탄두를 운반할 탄도미사일 개발은 건드리지 않았다.
  3. 대리세력 지원 미포함 헤즈볼라, 하마스, 후티 반군 등 이란이 지원하는 무장 단체에 대한 제한이 없었다.

그러나 이 근거들의 이면에는 보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핵능력을 관리·감시하는 것이 현실적 목표라고 봤다.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능력 자체를 완전 제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 인식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분석에 따르면,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의 핵능력을 일부 인정하더라도 강화된 국제 감시체제에 두는 것이 더 낫다고 본 반면,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능력 보유 자체가 중동지역 내 힘의 균형을 깨뜨리는 것으로 인지하고 이를 완전히 제거하려고 한다고 볼 수 있다."

 

 

JCPOA 파기 이후, 이란의 단계적 선택 (2018~2026)

트럼프가 탈퇴를 선언하자 이란은 초기에 매우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EU, 중국, 러시아가 미국의 탈퇴를 비판하며 JCPOA를 유지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란은 무려 1년을 기다렸다. 유럽이 미국의 제재를 무력화할 대안적 금융 체계(INSTEX)를 만들어줄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유럽 기업들이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란과 거래할 리 없었다.

이란이 선택한 건 JCPOA를 단계적으로 위반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역(逆)레버리지다.

시기 조치 농축 농도
2018년 이전 3.67% 제한 이행 (JCPOA 준수) 3.67%
2019년 1단계 JCPOA 위반 (비축량 초과) 3.67% → 제한 이탈
2019년 신형 원심분리기 IR-4, IR-6 가동 (JCPOA 허용 기종 IR-1의 5~10배 성능) 농축 능력 급속 확장
2020년 농축 농도 상향 20%
2021년 추가 상향 60%
2025년 5월 60% HEU 비축 408.6kg

JCPOA가 살아 있었다면, 이란의 비축량은 300kg 이하에 3.67%였다. 하지만 2025년 기준 이란의 고농축우라늄 비축량은 핵폭탄 원료 기준으로 최소 9기 분량에 해당한다.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KINAC 분석)

다시 말해, 트럼프의 탈퇴가 오히려 이란의 핵 능력을 폭발적으로 키우는 역설을 낳은 것이다.

INSIGHT. JCPOA의 역설 : 트럼프 탈퇴가 이란을 핵무기에 더 가깝게 만들었다.
JCPOA 체결 당시 이란의 핵 돌파 시간은 약 1년이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이란은 60% 농축우라늄 약 440kg을 보유하고 있고, 이를 90% 무기급으로 전환하는 데는 2~3주면 충분하다. IAEA 보고서를 기준으로 핵폭탄 원료 측면에서 이란은 JCPOA 이전보다 훨씬 핵무기에 가까워졌다. 제재와 전쟁이 핵무기를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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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이 미국에 품는 심리: 약속은 대통령이 바뀌면 사라진다.

이 역사의 흐름이 이란 지도부에게 새긴 심리가 있다.

① 미국은 협상 파트너로 신뢰할 수 없다

JCPOA에서 이란이 배운 것은 이것이다. '의무를 이행하고, 검증을 수용하고, 핵을 제한했다. 그런데 미국 대통령이 바뀌자 합의는 없던 일이 됐다.' 미국의 행정부가 교체될 때마다 이전 행정부의 국제 합의가 뒤집힐 수 있다면, 이란으로서는 어떤 협정도 안심하고 서명할 수 없다. 이란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약속"을 했다고 믿었다. 트럼프는 그것을 "최악의 협상"이라고 부르며 찢었다.

이 불신이 지금의 협상 교착의 핵심 배경이다. 이란이 "선(先)동결자산 해제"를 고집하는 것은 탐욕이 아니라 "돈이라도 먼저 받아야 최소한 무언가를 얻는다"는 학습된 불신이다.

미국 당국자가 NYT에 남긴 말은 이 구조를 잘 드러낸다.

"합의 마련의 중요한 부분은 이란이 이행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란의 입장에서 이 말은 거울처럼 돌아온다. '우리가 이행했는데도 미국이 파기하면, 우리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② 이라크와 리비아의 교훈, "핵무기는 보험 증서다."

이란 강경파가 핵을 절대 포기 못 하는 이유에는 또 다른 역사적 학습이 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못했고, 2003년 미군에 의해 제거됐다. 리비아의 카다피는 2003년 핵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서방과 협력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2011년 NATO의 군사 개입을 받아 처형됐다.

이란 강경파의 결론은 단순하다. "핵이 없으면 제거된다."

실제로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은 여전히 북한과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 이 대조가 이란 강경파에게 핵은 국가 생존의 최후 보루라는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2026년의 역설: 트럼프는 JCPOA를 재탕하는 중

여기서 가장 날카로운 아이러니가 등장한다. 현재 진행 중인 MOU 초안의 핵심 내용을 보면 아래의 내용이 담겨져 있다.

  • 이란이 핵무기 불추구 원칙 약속
  • 60일간 고농축우라늄(HEU) 처리 방안 협의
  • IAEA 감시 강화
  •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 + 동결자산 일부 해제

하지만 이걸 그대로 2015년 JCPOA 협상 구조와 비교해보면, 내용이 사실상 동일하다. 이란의 핵 제한 + 미국의 제재 해제 맞교환

워싱턴포스트는 이 내용을 정확히 짚고 아래와 같이 평가하고 있다.

"많은 내용이 그의 전임자(오바마)가 마주했던 것과 똑같은 방식의 주고받기(give-and-take)다."

트럼프가 "역사상 최악의 협상"이라고 부르며 찢어버린 그 합의를, 트럼프 스스로가 전쟁을 치르고 8년이 지난 뒤 다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딱 하나가 있다. 트럼프는 이것이 JCPOA와 달라 보여야 한다는 정치적 압박을 받는다. 그래서 더 강한 조건을 요구하고, 협상이 지연된다. 피터 도란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의 평가를 보자.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협상안은 JCPOA와 형태만 다를 뿐 본질은 그대로다."

그리고 6월 1일 기준, NYT는 트럼프가 MOU 초안을 승인하지 않고 이란에 합의 조건을 강화한 수정안을 발송했다고 보도했다. 또 한 번의 막판 레버리지 행사다.

INSIGHT. "약속을 지켜도 파기당하는 나라"의 심리가 곧, 현재 협상의 천장이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란 강경파가 "호르무즈와 핵은 레드라인"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JCPOA에서 우리가 양보했더니 더 강하게 공격당했다"는 집단 기억이 있다. 따라서 지금의 MOU가 체결되더라도, 60일 후 핵 협상에서 이란 강경파가 협상 테이블을 뒤엎을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완전한 종전은 'MOU 서명'이 아니라 '60일 후 핵 합의 타결' 시점에야 비로소 확정된다.

 

 

마치며 — 역사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

JCPOA는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었고, 이란이 받아들였고, 다시 미국이 거뒀다. 그리고 8년이 지난 2026년, 전쟁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나서 양측은 다시 같은 테이블에 앉아 같은 숫자를 놓고 협상하고 있다.

이란 강경파의 레드라인 고집, 협상 대표단에 대한 공개 비판, 이란 대통령의 서명 준비 완료에도 불구한 최고지도자의 침묵. 이 모든 것이 결국 하나의 물음으로 귀결된다.

"이번엔 미국을 믿어도 되는가 ?"

그 물음에 이란 강경파는 아직 "아니오"라고 답하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는 또 조건을 강화한 수정안을 보냈다.

역사는, 언제나 가장 나쁜 방식으로 교훈을 준다.

INSIGHT. 투자자 관점에서 : 현 협상은 "JCPOA 2.0" 시도로 봐야 한다.
2015년 JCPOA 체결 당시 유가는 40~50달러대였고, 협정 발효 이후 이란의 원유 공급이 시장에 복귀하며 하락 압력이 강화됐다. 2026년 현재 협상이 타결되면 유사한 흐름이 반복될 수 있다. 다만 지금의 MOU는 "60일짜리 임시 합의"에 가깝다. 진짜 유가 정상화와 에너지 시장 안정은 60일 후속 핵 협상이 매듭지어지는 시점까지 구조적 불확실성이 남는다. 선(先)반응은 있겠지만, 완전한 완화는 단계적으로 온다.

References.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뉴스레터 (2022년 1월, 2020년 3월)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 분석 보고서: 미국의 '미드나잇 해머 작전' 이후 이란 핵능력 평가
한국국제경제연구원(KIEP): 미-이란 전쟁에 따른 유가 충격의 주요국 파급효과 (2026년 3월)
IAEA 분기보고서 (2025년 5월)
워싱턴포스트, NYT, 파이낸셜타임스, 경향신문, 파이낸셜뉴스 보도 종합 (2026년)
외교부: 이란 핵문제 관련 주요 이슈 (군축·비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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