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리딩방 4편: 트럼프가 100년 빗장 푼 이유, K-조선 주식 TOP5 (MASGA)
앞선 양자컴 편이 '미국이 키우는 산업'이었다면, 이번 조선은 정반대다. 트럼프가 한국에 직접 손을 내민, 미국편보다 한국편이 더 굵직한 흔치 않은 산업이다. 세계 최강 미국이 왜 자국 군함을 한국 조선소에 맡기려 할까 ? 답은 단순하다. 미국은 더 이상 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한다. 현재 중국은 핵잠수함을 연간 4~5척 찍어내는데, 미국은 두 곳뿐인 핵잠 조선소에서 1년에 한 척도 버겁다.
'트럼프 리딩방' 시리즈 4편의 주제는 조선, 그중에서도 한국편이다. 핵심 키워드는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이 글에서는 ①트럼프가 100년 넘은 자국 보호법까지 흔들며 한국을 부른 이유, ②미 해군이 열어둔 시장이 얼마나 큰지, ③그 문으로 들어갈 열쇠를 쥔 한국 조선사 TOP5를 같은 별점 루브릭으로 가려낸다. 더불어 이 장밋빛 그림에 드리운 중국이라는 그림자도 빼놓지 않는다.
100년 빗장이 풀린 사건: 존스법과 톨레프슨법
먼저 MASGA를 이해하려면 미국의 두 가지 '쇄국법'부터 알아야 한다. 미국은 자국 조선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100년 넘게 두 개의 빗장을 걸어뒀다.
① 존스법(Jones Act, 1920): 미국 연안을 오가는 선박은 미국에서, 미국인이, 미국 자재로 만든 배만 가능.
② 번스-톨레프슨법: 외국 조선소의 미 군함 건조를 원천 금지.
이 두 법 때문에 한국이 아무리 배를 잘 만들어도 미국 시장 진입 자체가 막혀 있었다.
그런데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2025년 11월 한미정상회담 팩트시트에 '미국 선박을 한국에서 건조할 수 있다'는 문구가 명시됐고, 미 의회에서는 동맹국이 미 해군 함정을 건조할 수 있게 하는 '해군 준비태세 보장법'이 발의됐다. 한 연구위원의 표현을 빌리면, 👉 '연안선은 존스법, 군함은 톨레프슨법으로 사실상 미국 내에서만 짓게 했던 규제를 100년 만에 푼 사건'이다.
✍ INSIGHT. MASGA의 본질은 '관세 카드'이자 '안보 카드'
MASGA는 단순한 호의가 아니다.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한국이 내민 핵심 카드였고, 동시에 중국 해군의 급팽창에 맞서야 하는 미국의 안보 절박함이 맞물린 결과다. 즉 트럼프 정책(중국 견제)과 한국 산업(세계적 조선 경쟁력)의 이해가 정확히 일치하는 지점에서 터진 사건이다. 1편에서 본 '미중 패권 경쟁'이라는 큰 줄기가, 조선에서는 한국에 직접 기회로 떨어진 셈이다.
미국이 열어둔 시장: 연 42조 신조 + 연 20조 MRO
그렇다면 이 문 너머의 시장은 얼마나 클까 ? 숫자로 보면 입이 벌어진다.
미 의회예산국(CBO)에 따르면, 미 해군은 현재 296척인 함대를 2054년까지 381척으로 늘리려 한다. 이를 위해 앞으로 30년간 매년 약 300억 달러(약 42조 원)를 신규 함정 건조에 투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군함 유지·보수·정비(MRO)에만 연간 10조~20조 원이 배정된다. 세계 함정 MRO 시장은 2020년 566억 달러에서 2030년 705억 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이 거대한 시장의 문이 한국에 열리는 순서는 'MRO → 신조'다. 먼저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정비(MRO)로 신뢰를 쌓고, 그 다음 군함 건조라는 본게임으로 넘어가는 구조다. 실제로 2026년 들어 K-조선의 MRO 수주가 폭발적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3개월 만에 작년 연간 수주(3건)를 넘어 각각 2건씩, 총 4건을 수주하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참고로 K-조선 빅3(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2026년 신규 수주 목표 합계는 약 467억 달러(약 67조 원)에 달한다. 이미 곳간에는 3년 치 일감이 쌓여 있다. 다만 냉정하게 짚자면, 한국은 2024년 상선 건조량에서 중국에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준 상태다. MASGA가 중요한 이유는, 중국과의 물량 경쟁이 버거워진 K-조선에게 '고부가가치 군함·MRO'라는 새 활로를 열어주기 때문이다.
"미국은 배를 만들 능력을 잃었고, 한국은 만들 시장을 잃을 뻔했다. MASGA는 그 둘의 교환이다."
✍ INSIGHT. MRO는 '입장권', 진짜 본전은 군함 신조
MRO는 척당 수익은 크지 않지만, 미국이 한국 조선사의 실력과 보안 신뢰도를 검증하는 '입장권'이다. 이 관문을 통과해야 연 42조 원짜리 군함 신조 시장이 열린다. 그래서 지금 K-조선이 박한 마진에도 MRO 수주에 사활을 거는 것이다. 투자자라면 'MRO 수주 건수' 그 자체보다, 그것이 '신조 진입으로 이어지는 신호냐 아니냐'를 읽어야 한다.
한국 조선 TOP5: 무기와 별점
이제 같은 5항목 별점 루브릭(기술 해자 · 정책 수혜 · 상업화 가시성 · 재무 체력 · 시장 모멘텀)을 적용한다. 조선에서 '무기'는 곧 ①미국 영토 내 건조 거점, ②특수선(군함·잠수함) 기술력, ③미국 정부·방산 네트워크 세 가지다. 이 무기를 누가 더 많이 쥐었는지가 별점을 가른다.

▼ TOP 1. 한화오션 — 미국 영토에 깃발 꽂은 선발주자 (★★★★★, 23/25)
결정적 한 방이 있다. 2024년 12월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지분 100%를 인수했다. 이는 존스법·톨레프슨법을 정면 돌파하는 '미국 내 건조 거점'으로, 사실상 미국 시장 프리패스권이다. 여기에 미 군함을 직접 건조하는 호주 오스탈까지 인수했고, MRO도 국내 최초 진출해 4척을 수주했다. 미 국방부와의 밀착도 가장 깊다. 다만, 바로 그 미국 밀착 때문에 중국의 직접 제재 타깃이 됐다.
한화그룹, 美 필리 조선소 인수… 국내기업 최초 美 조선업 진출 | 한화그룹
≫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그룹(회장 김승연)이 국내기업 최초로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다. 한화그룹은 6월 20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100%)을 인수하는 계약을 맺
www.hanwha.co.kr
▼ TOP 2. HD현대중공업 — 수주 1위의 특수선 강자 (★★★★★, 23/25)
한국 최대 조선사이자 특수선(이지스함·잠수함) 양강. MRO 2척을 수주했고, 미국 최대 방산조선사 헌팅턴 잉걸스(HII)와 협력 MOU를 맺으며 미국 파트너십을 넓혔다. 2025년 12월 HD현대미포와 합병해 통합 법인으로 덩치와 효율을 키웠다. 재무 체력과 건조 능력은 최강. 하지만 한화오션과 달리 아직 미국 내 자체 건조 거점이 없어, 현지 조선소 지분 투자·임대를 검토 중인 단계다.
▼ TOP 3. 삼성중공업 — 해양·FLNG의 스페셜리스트 (★★★, 17/25)
빅3 중 한 곳으로, 대형 상선과 FLNG(부유식 LNG 설비), 해양 가스 설비에 독보적 강점이 있다. 미국 MRO 전문 조선사 비거 마린 그룹과 파트너십을 맺고 시장 진입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특수선(군함) 비중이 상대적으로 작아, MASGA 군함 테마의 직접 수혜는 양강보다 약하다. 해양플랜트 쪽 모멘텀이 더 크다.
▼ TOP 4. STX엔진 — 함정 심장을 만드는 기자재주 (★★★, 16/25)
군함·잠수함용 엔진과 추진체계를 공급하는 방산 기자재 기업. 조선 빅3가 군함을 수주할수록 그 '심장'을 대는 후방 수혜를 본다. 완성선 업체보다 변동성은 크지만, 군함 신조가 본격화되면 레버리지가 크다. 대형사 대비 재무·규모가 작고, 정책 수혜가 간접적이다.
▼ TOP 5. HJ중공업 — MRO에 첫발 디딘 중형 다크호스 (★★★, 14/25)
2025년 12월 4만 톤급 화물·탄약 운반선 'USNS 어밀리아 에어하트'함 MRO를 수주하며 미국 함정 정비에 첫발을 디뎠다. 중형 조선사 중 가장 앞서 진입했다. 하지만 빅3 대비 건조 능력·재무 체력이 약하고, 대형 군함 신조까지의 거리가 멀다. 테마 변동성이 큰 고위험 다크호스 성격.
▼ 한눈에 보는 별점 요약
| 기업 | 핵심 무기 | 포지션 | 종합 |
| 한화오션 | 필리조선소+오스탈 | 미국 거점 선점 | ★★★★★ 23 |
| HD현대중공업 | 수주 1위+HII 협력 | 특수선 최강 | ★★★★★ 23 |
| 삼성중공업 | FLNG·해양설비 | 해양 스페셜 | ★★★ 17 |
| STX엔진 | 함정 엔진·추진 | 후방 기자재 | ★★★ 16 |
| HJ중공업 | MRO 첫 수주 | 중형 다크호스 | ★★★ 14 |
✍ INSIGHT. '거점'이냐 '기술'이냐 — 양강의 다른 무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나란히 만점권이지만 무기의 결이 다르다. 한화오션은 '미국 영토 안 건조 거점(필리조선소)'이라는 제도적 프리패스를 선점했고, HD현대중공업은 '압도적 건조 능력과 수주 1위'라는 펀더멘털을 쥐었다. 규제가 완전히 풀리기 전이라면 거점을 가진 한화오션이 유리하고, 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는 국면에서는 생산능력의 HD현대가 유리하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국면에 따라 주도주가 바뀐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장밋빛 그림에 드리운 두 개의 그림자
여기까지만 보면 K-조선의 앞날은 온통 장밋빛이다. 하지만 잠깐, 마냥 들뜨기 전에 두 가지 리스크를 반드시 짚어야 한다.
첫째, 중국의 보복이다. 2025년 10월 중국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내 5개 자회사에 대해 중국 기업·개인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제재를 발동했다. 이후 미·중 무역 휴전 분위기 속에 1년간 유예됐지만, MASGA 협력이 깊어질수록 중국의 추가 보복 카드가 언제든 재가동될 수 있다. 한국 조선업의 중국산 기자재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약점이다.
둘째, 입법의 불확실성이다. 군함 건조를 한국에 허용하는 법안은 아직 하원 군사위를 통과한 단계일 뿐, 상원 심의가 남아 있다. 100년 빗장이 '풀리기 시작'한 것이지 '완전히 풀린' 것은 아니다. 기대만 앞서 주가가 달릴 경우, 입법 지연 뉴스 하나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 INSIGHT. 조선주는 '정책주'다 — 뉴스 흐름이 곧 주가 흐름
조선 테마의 본질은 실적보다 '정책 진행 속도'에 더 민감한 정책주라는 점이다. 톨레프슨법 개정안의 상원 통과, 추가 MRO·신조 수주, 미·중 관계 변화가 주가의 방아쇠다. 호재(규제 완화·대형 수주)와 악재(중국 보복·입법 지연)가 번갈아 나오며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섹터는 '한 번에 베팅'보다 정책 이정표를 확인하며 분할로 접근하는 편이 리스크를 줄인다.
마치며.
정리하자면, 트럼프는 중국 해군을 견제하기 위해 100년 묵은 자국 보호법까지 흔들며 K-조선을 불러들였고, 그 문 너머엔 연 42조 신조 + 연 20조 MRO라는 거대 시장이 있다. 미국 거점을 선점한 한화오션과 건조 능력 1위 HD현대중공업이 양대 주도주이며, 그 뒤를 삼성중공업·기자재·중형사가 따른다. 다만 중국 보복과 입법 불확실성이라는 그림자는 늘 함께 본다.
"트럼프가 100년 빗장을 풀었다. 그 문으로 들어갈 열쇠를 쥔 건, 배를 만들 줄 아는 한국이다."
다음 편(5편)에서는 같은 조선의 미국편으로 넘어간다. 미국 본토에서 군함을 만드는 헌팅턴 잉걸스(HII)·제너럴다이내믹스 같은 기업이 MASGA 흐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그리고 한국 조선사가 인수·협력한 미국 거점들이 미국 증시에서는 어떻게 읽히는지를 같은 별점으로 따져볼 예정이다. 조선이라는 한 산업을 한국과 미국, 양쪽 눈으로 모두 들여다보는 셈이다.
References.
미 의회예산국(CBO), 美 해군 함정 조달 30년 전망 (2025. 1.)
코트라 워싱턴DC 무역관, 미국 해양 조선업 시장·정책 동향 (2025. 3.)
이투데이·대한경제, K-조선 미 해군 MRO 수주 현황 (2026. 4.)
현대해양, 美 해양행동계획(MAP)·황금함대 구상 (2026. 3.)
이코노믹리뷰, MASGA와 필리조선소·핵잠 (2026. 1.)
파이낸셜뉴스, 한화오션 미 국방부 밀착 행보 (2026. 5.)
글로벌이코노믹, 중국 상무부 한화오션 제재·유예 (2026. 4.)
미주중앙일보, K조선 빅3 2026 수주 목표 (202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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